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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곳

태풍

                              나희덕

 

바람아, 나를 마셔라

단숨에 비워내거라

내 가슴속 모든 흐느낌을 가져다

저 나부끼는 것들에게 주리라

둘 수 있는 것들은 울고

꺾일 수 있는 것들은 꺾이도록

그럴 수도 없는 내 마음은

가벼워지고 또 가벼워져서

신음도 없이 지푸라기처럼 날아오르리

바람아, 풀잎 하나에나 기대어 부르는

나의 노래조차 쓸어가버려라

울컥울컥 내 설움 데려가거라

그러면 살아가리라

네 미친 울음 끝

가장 고요한 눈동자 속에 태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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