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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곳

빈집

 떠난 후의 그리움을 노래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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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집 1

 

                                                                -문태준-

 

흙더버기 빗길 떠나간 당신의 자리 같았습니다

둘 데 없는 내 마음이 헌 신발들처럼 남아

바람도 들이고 비도 맞았습니다

다시 지필수 없을까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으면

방고래 무너져내려 피지 못하는 불씨들

 

종이로 바른 창 위로 바람이 손가락을 세워 구멍을 냅니다

우리가 한때 부리로 지푸라기를 물어다 지은

그 기억의 집 장대바람에 허물어집니다

하지만 오랜 후에 당신이 돌아와서 나란히 앉아 있는 장독들을 보신다면,

그 안에 고여 곰팡이 슨 내 기다림을 보신다면

그래, 그래 닳고 닳고 싸리비를 들고 험한 마당 후련하게 쓸어줄 일입니다

 


김천 시인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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