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후의 그리움을 노래하는구나
================================
빈집 1
-문태준-
흙더버기 빗길 떠나간 당신의 자리 같았습니다
둘 데 없는 내 마음이 헌 신발들처럼 남아
바람도 들이고 비도 맞았습니다
다시 지필수 없을까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으면
방고래 무너져내려 피지 못하는 불씨들
종이로 바른 창 위로 바람이 손가락을 세워 구멍을 냅니다
우리가 한때 부리로 지푸라기를 물어다 지은
그 기억의 집 장대바람에 허물어집니다
하지만 오랜 후에 당신이 돌아와서 나란히 앉아 있는 장독들을 보신다면,
그 안에 고여 곰팡이 슨 내 기다림을 보신다면
그래, 그래 닳고 닳고 싸리비를 들고 험한 마당 후련하게 쓸어줄 일입니다
김천 시인 문태준
'시가 있는 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사랑하는 사람 (0) | 2013.04.16 |
---|---|
수선화에게 (0) | 2013.04.14 |
살아있는 것은 모두 다 흔들린다 (0) | 2012.06.09 |
꽃 (0) | 2012.06.03 |
즐거운편지 (0) | 2012.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