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곳
부러짐에 대하여
고귀한너
2014. 3. 24. 23:34
이 분의 시는 다르다
그 섬세함
그 사랑
그 눈길
사랑하는 것은 결국
내 자신이 부러지는 것이다
내가 온전히 다 살고
내가 잘났다고 우기고
내 안량한 자존심을 하늘높이 쳐든다면
---------------------------
정호승
나뭇가지가 바람에 똑똑 부러지는 것은
나뭇가지를 물고 가 집을 짓는 새들을 위해서다
만일 나뭇가지가 부러지지않고 그대로 나뭇가지로 살아남는다면
새들이 무엇으로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부러지지않고 계속 살아남기만을 원한다면
누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오늘도 거리에 유난히 작고 가는 나뭇가지가 부러져 나 뒹구는 것은
새들로 하여금 그 나뭇가지를 물고 가 집을 짓게 하기 위해서다
만일 나뭇가지가 작고 가늘게 부러지지 않고
마냥 크고 굵게만 부러진다면
어찌 어린 새들이 부리로 그 나뭇가지를 물고 가
하늘 높이 집을 지을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부러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기만을 원한다면
누가 나를 인간의 집을 짓는데 쓸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