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한너 2016. 6. 2. 06:56

청춘

거울 속 제 얼굴에 위악의 침을 뱉고서

크게 웃었을때

자랑처럼 산발을 하고

그녀을 앞질러 뛰어갔을때 분노에 북받쳐 아버지 멱살을 잡았다가

공포에 떨며 바로놓았을때

강건너 모르는 사람들

뚫어지게 노려보며 숱한 결심들을 남발했을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을 즐겨 제발 욕해달라고 친구에게 빌었을때

가장자신있는 정신의 일부를 떼어내어

완벽한 몸을 빚으려 했을때 매일밤 치욕을 우유처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잠들면 꿈의 키가 쑥쑥 자랐을때 그림자가 여러갈래로 갈라지는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서 그 그림자들

거느리고 일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을 때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때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지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을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너무 살고싶어서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때

그때 꽃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일생에 단한번뿐이라는 청춘이라는

-심보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