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위한 기도 / 박인희
쓸데없이
남의 얘기 하지 않게 하소서
친구의 아픔을
붕대로 싸매어 주지는 못할망정
잘 모르면서도 아는척
남에게까지
옮기지 않게 하여 주소서
어디론가 훌훌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면서도
속으론 철철 피를 흘리는 사람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는 사람
차마 울 수도 없는 사람
모든 것을 잊고싶어하는 사람
사람에겐
그 어느 누구에게도
가슴 속 얘기
털어내 놓지 못하는 사람
가엾은 사람
어디하나 성한데 없이
찢기운 상처에
저마다 두팔 벌려
위로받고 싶어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우리는
말에서 뿜어나오는 독으로
남을 찌르지 않게 하소서
움추리고 기죽어
행여 남이 알까 두려워 떨고있는
친구의 아픈 심장에
한번 더
화살을 당기지 않게 하여 주소서
- 기도시집『기도하면 열리리라』(율도국,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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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요사상 가장 아름다운 포크 듀엣으로 평가받았던 1970년대 초 ‘뚜와에 무아’의 멤버 박인희가 최근 송창식과 함께 전국 투어 공연 중이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그녀의 무대’라는 홍보 카피가 멜랑콜리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박인희는 ‘모닥불’, ‘끝이 없는 길’, ‘그리운 사람끼리’, ‘세월이 가면’ 등 직접 작사, 작곡한 곡들이 연이어 히트를 쳐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박인환의 시를 노래한 ‘목마와 숙녀’ 그리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로 시작되는 ‘얼굴’ 이란 그녀의 자작시 낭송도 잊을 수 없다.
이 글도 ‘뚜와에 무와’로 활동할 당시 이해인 수녀에게 보낸 시다.
박인희는 이해인 수녀와의 두터운 우정으로 유명하다.
수녀님과는 풍문여중 때부터 단짝으로 소문이 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