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용접..이석현

온몸으로 젖어 본 사람은 알 수 있지  
보안경 너머로

삼천도 불꽃물의 길을 터주면 
두툼한 방열복 속으로

후끈 스며들던 고열의 마음들 
서로 녹아 넘치도록 혼절해야만  
한 몸 되는 힘겨운 접목

뼈와 살을 녹여내는 아픔을 
나눈 후 태어난 신생  
기억을 가로지르는 고압선에서 나온

수많은 불티들을 
온 가슴으로 막아내다가 
지나온 길을 더듬어 균열을 살핀다. 
마음과 마음을 묶는 일이

얼마나 뜨거운 일인지 
시뻘겋게 달아 
온 몸으로 젖어 본 사람은 알 수가 있지.  

- 시집 『둥근 소리의 힘』 (문학만, 2010) 
.............................................................................................................
금속재료를 접합하기 위해 접합부에 금속을 가열 용융시켜 서로 다른 두 재료의 원자결합을 재배열 결합시키는 것을 용접이라 하고, 용접결과의 좋고 나쁨을 ‘용접성’이라고 한다.
오래 전 성수대교 붕괴의 주원인이 공기를 무리하게 줄이고 터무니없이 단가를 낮추려 마구 땜질한 ‘용접성’불량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서로 녹아 넘치도록 혼절해야만 한 몸 되는 힘겨운 접목’이 이뤄지는 법인데, 서툰 땜질은 용접이라 할 수 없으며 경우에 따라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일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