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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지지 마

약해지지 마 / 시바다 도요

 

2016.07.04

저기, 불행하다며 한숨 쉬지 마/ 돈 있고 권력 있고/ 그럴 듯해 보여도/ 외롭고 힘들긴 다 마찬가지야/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 시집『약해지지 마(くじけないで)』(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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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에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해 99세가 되던 2010년 첫 시집을 펴내고, 이듬해인 2011년 백세를 기념한 두 번째 시집 ‘百歲’를 출판하여 세상을 또 다시 놀라게 했던 ‘시바다 도요’. 1911년생인 할머니가 2013년 1월, 우리나이 103세에 세상을 떠나셨다.
나이 먹을수록 외롭고 우울해져 몸도 마음도 다 약해지긴 했지만, 도요는 시를 통해 용기가 생기고 나약한 마음이 사라지면서 삶의 지혜와 기쁨을 얻게 되었다고 말했다.
시를 읽고 쓰는 동안 사람들 사이의 관계, 자연과의 교감, 모든 자연의 순리적인 이치, 인간의 도리 등을 발견하고 깨달아 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시인은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도요는 자신의 장례비용에 쓰려고 모아둔 100만 엔으로 시집을 출판하였는데, 이 시집이 당시 일본열도를 감동시키면서 150만부 넘게 팔려나갔고 이웃나라인 우리에게까지 화제가 되었다.

원래 부유한 집안의 외동딸로 태어난 도요는 열 살 무렵 가세가 기울면서 중도에 학교를 그만 두고, 전통 료칸 공장과 요리점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어렵게 살았다.
그런 가운데 20대에 결혼과 이혼의 아픔을 한차례 겪고 33세에 일하던 가게요리사재혼하여 외아들을 낳았다. 
그 후 재봉일 등 부업을 해가며 정직하게 살아오다가 1992년 남편과 사별하고는 20년 가까이 홀로 생활해 왔다. 
아흔이 넘어서면서 거동도 불편해졌다. 

그런 세월을 살아가다가 문득 시를 만났던 것이다. 
사실 문득은 아니고 시인인 아들이 그런 어머니를 안타까이 지켜보다가 시를 한번 써보는 게 어떻겠냐며 습작을 권했다. 
그래서 할머니는 시가 되는지 어떤지도 모르고(물론 아들에게는 보여줬겠지만) 시 한 편을 써서 일간지에 투고했는데, 그 시가 놀랍게도 6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산케이 신문’ 1면에 실렸다.
평생 문학수업 한 번 받지 못한 노인의 글이었지만, 솔직 담백한 할머니의 시에 심사위원들이 끌렸던 것이다. 
2011년 3월 일본 전역이 동북부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로 침울해 있을 때, 도요의 첫 시집에 실린 시들은 일본인의 마음을 다독이고 용기를 북돋우기에 충분했다.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안으로 들어오게 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들어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인간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 했네. 
너무 힘들어서 죽으려고 한 적도 있었다는 도요 할머니. 질곡의 인생을 헤쳐 백년을 살아오면서 그녀가 잔잔하게 들려주는 얘기에 사람들은 감동을 먹고 저마다의 삶을 추스르는 힘을 얻었다.
푸른 혈관이 다 비치는 주름지고 앙상한 손으로 써낸 평범한 이야기가 초 고령사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일본인들을 위로하였던 것이다.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하루하루 너무 사랑스러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 ‘인생은 늘 지금부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