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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방

이 세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 세상의 냄새가  
들어 오지 않는
은밀한 골방을 
그대는 가졌는가?

그대는 님 맞으러 어디 갔던가?
네 거리 어덴가?
님은 티끌을 싫어해
네 거리로는 아니 오시네.

그대는 님 어디다 영접하려나?
화려한 응접실엔가?
님은 손 노릇을 좋아 않아 
응접실에는 아니 오시네.

님은 부끄럼이 많으신 님,
남이 보는 줄 아시면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여 
말씀을 아니 하신다네.

님은 시앗이 강하신 님
다른 친구  또 있는 줄 아시면 
애를 태우고 눈물 흘려 
노여워 도망을 하신다네. 

님은 은밀한 곳에만 오시는 지극한 님
사람 안 보는 그윽한 곳에서 
귀에다 입을 대고 
있는 말을 다 하시네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맟추자 하신다네. 

그대는 님이 좋아하시는 골방을 
어디다 차리려나?
깊은 산엔가 거친 들엔가?
껌껌한 지붕 밑엔가?
또 그렇지 않으면 지하실엔가?

님이 좋아 하시는 골방
깊은 산도 아니요 
거친 들도 아니요,
오직 그대 맘 은밀한 속에 있네.

그대 맘의 네 문 은밀히 닫고
세상 소리와 냄새 
다 끊어 버린 후
밝은 등잔 하나 가만히
밝혀만 놓면
극진하신 님의 꿀 같은 속삭임을
들을 수 있네.

 

그대는 골방을 가졌는가ㅡ  함석헌